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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대구 중구 골목 투어 근대路의 여행

by AIDragon 2021.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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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뚝 솟은 빌딩 숲 한가운데, 쭉 뻗은 달구벌대로로 수많은 차들이 내달리는 그 분주한 옆자리.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치 시간의 비밀을 감춰둔 듯 놀랍게도 골목이 살아 있다. 푸른 눈 선교사들의 눈물 언덕 일제를 향한 저항 소리 대구 근대사를 쓴 역사와 시, 사랑 몹시도 따스하다.

대구 도심 한복판.

동산의료원의 남쪽 입구를 통과하면 별천지가나온다. 대구에 이런 곳이 있었나 믿기지 않을 만큼 탄성이 절로 나는 이국적인 정원이, 건물이 사람들을 반긴다. 그제야 동산의료원이 100년이 넘었다는 사실이 온몸으로 와닿는다. 1899년 파란 눈의 선교사가 세운 작은 병원이 요동치는 우리의 근대사를 지나는 동안 가난하고 헐벗은 이들과 함께하며 이 땅의 삶과 동행해왔다는 역사적 진실 앞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교육으로 인재를 길러내고자 설립한 신명학교, 계성학교와 고딕식 첨탑이 하늘과 맞닿은 제일교회까지 이렇게 우리나라 근대화를 태동시킨 이곳은 분명 뜨는 해를 제일 먼저 맞이하는 동산(東山)이었다. 동산의료원 언덕을 끼고 동화책에나 나올 법한 2층 벽돌집 3채를 연이어 만난다. 1910년경 지어진, 당시 미국 선교사들이 머물던 숙소이다. 지금은 각각 선교박물관, 의료박물관, 교육·역사박물관으로 조성되어 시민들에게 진귀한 역사적 사료들을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그곳에선 계단을 오르내리는 이방인들의 발소리와 늦은 밤 세레나데를 부르면 누군가 창문을 열어줄 것만 같은 이국적인 정취와 낭만이 가득하다. 정원 앞에는 선교사와 그 가족들이 묻힌 묘지인 은혜정원이 있다. ‘I'm going to love them' 살아서도, 죽어서까지도 온전히 그들을 사랑하겠노라ʼ 말하는 묘비 앞에서 눈시울이 뜨거워진

청라언덕을 아시나요?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 한국인이 애창하는 가곡 <동무생각>에 나오는 ‘청라언덕’이 바로 여기란다. 한자로 푸를 청(靑), 담쟁이 라(蘿) ‘푸른 담쟁이넝쿨ʼ이 휘감겨 있던 언덕이란 뜻이다. 당시 계성학교를 다니던 박태준이 인근 신명학교를 다니던 한 여학생을 짝사랑했는데 훗날 이 풋풋했던 첫사랑을 모티브로 이은상이 글을 쓰고, 박태준이 곡을 붙여 노래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 때 그 갈래 머리 여학생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름만큼이나 사연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골목투어의 본격적인 여정.

우리 민족 근대사의 정점이었던 ‘3·1만세 운동길’에 서본다. 최근에 완성된 33인의 독립유공자들의 이름을 새긴 석벽이 그날을 기억하듯 새 단장되어 있다. 여학생들은 당시 도심을 흐르던 대구천에 빨래를 하러 가는 척, 남학생들은 지게를 지고 장꾼처럼 꾸미고 이곳에 모였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내 태극기를 꺼내 들고 90계단을 내달리며 대한독립 만세를 목이 터져라 외쳤으리. 이 계단을 수없이 오르내리며 민족의 암담한 현실을 슬퍼하고, 새로운 내일에 대한 희망을 꿈꾸었을 앳된 소녀, 소년들과 애국지사들의 흑백사진이 계단 옆에 오롯이 전시되어 있다. 사람은 언제나 스쳐가지만 길은 그 자리에 남아 시간과 역사를 증언한다. 정말 생생히도 그날의 함성을 기억하는 듯... 대구지역에 기독교 복음을 전하기 위해 처음으로 세워진 제일교회를 지나 계산성당을 거치면 좁다란 그야말로 골목길을 만난다. 국채보상운동을 주도했던 서상돈 고택과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시인 이상화(1901~1943)의 고택이 고즈넉하게 나그네를 맞는다. 하늘을 찌를 듯한 고층 아파트 옆 한 귀퉁이, 간신히 그 자취를 지켜낸 고택들이 안타까우면서도 한없이 고마웠다. 시인은 저 대청마루에 앉아 하늘을 봤을까. 싱싱하게 물오른 나뭇잎과 마당의 빗소리를 들으며 무슨 생각에 잠겼을까.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섬기고 위하여 살자...’로 시작하는 시인이 손수 써 집 안에 걸어놓은 ‘반다시 애써 할 일’이라는 글귀가 참으로 따뜻하다. 400미터가 넘는 진골목은 오래된 일본식 건물과 수십 년째 자리한 미도다방, 현존하는 대구 최고의 2층 양옥 건물인 정소아과의원, 패물을 팔아 나랏빚을 갚기 위해 일어선 대구여성 국채보상운동의 기념비까지 고스란히 품고 근대와 현대를 살아가고 있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골목길처럼.

그 속에 담긴 이야기 또한 끝이 없다. 오늘을 사는 우리가 이렇게 100여 년 전의 흔적을 만나듯 100년 후에는 지금 우리의 삶이 이 골목에 남아 후손들을 만나지 않을까. 우리는 모두 이 골목의 주인이다. 훗날 역사와 문화로 기록될 현재의 주인공이다. 그리고 이것이 매순간 가슴 뛰는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일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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