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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인도

by AIDragon 2021.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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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는 배낭 여행족이라면 두 달 코스 정도가 적당하겠지만 휴가를 받아서 가야 하는 직장인들에게는 7~10일 정도 코스도 나쁘진 않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으로서는 다소 짧을 수 있지만 인도 역시 한 해 한 해가 다르게, 잘 알려진 관광지를 중심으로 상업주의에 빠른 속도로 물들고 있기에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낀 후 나머지 명상은 집으로 갖고 오는 게 차라리 나을 정도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다른 어느 나라보다 문화적 충격이 크게 다가오는 곳이 인 도임은 부인할 수 없다.

올드델리 붉은 성의 조명쇼는 환상 그 자체

일단 델리로 가보자. 델리는 식민지 인도를 지배하기 위해 만든 영국의 계획도시로 알려져 있지만사실은 그렇지 않다. 북으로 히말라야에 가로막힌 델리의 평원에는 아주 오래전부터 큰 도시들이 형성됐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계획도시 델리는 뉴델리의 도심에 지나지 않는다. 델리는 올드델리와 뉴델리로 나뉜다. 올드델리에서는 붉은 성을 빠트리지 말자. 붉은 성은 무굴제국 최고의 전성기에 지어져 세포이의 항쟁으로 상당 부분 파괴되었지만 그 위용은 여전하다. 붉은 성에는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밤 조명쇼가 펼쳐진다. 오래된 유적지에서 펼쳐지는 빛과 소리의 쇼는 몽환적이다. 붉은 성과 마주 보고 있는 대로인 찬드니 촉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가면 나오는 인도 최대 이슬람 사원 중 하나인 자마 마스지드의 미나레트에 올라가면 올드델리의 스카이라인을 볼 수 있다. 40m 높이의 뾰족한 탑인미나레트에 여성은 남성과 같이 가야만 올라갈 수 있다. 세계 모든 이슬람 사원이 그렇듯이 이 사원도 신발을 벗어야 하며 반바지 차림은 입장할 수 없다. 올드델리에서 뉴델리로 오면 타임머신을 타고 신세계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여행객들에게 필요한 식당, 호텔, 편의시설, 쇼핑 숍 등이 코넛 플레이스에 몰려 있다. 원기충전을 했다면 인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국립박물관을 구경하자. 인도 최대 규모의 국립박물관은 20만 점에 달하는 소장품이 있다. 인더스 문명관, 인도의 르네상스로 불리는 쿠샨왕조의 문화재를 모아둔 쿠샨왕조 예술관 등은 놓쳐서는 안 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중의 하나인 꾸뜹 미나르 유적군은 뉴델리 최고의 볼거리다.

타지마할의 웅장함은 모든 것을 압도하고도 남아

타지마할이 있는 아그라로 가기 전에 뭘 좀 먹자. 아, 인도 요리를 먹을 때 오른손은 밥, 왼손은 물컵을 쥔다. 정확히 왼손은 물 컵만 든다. 인도의 밥이 퍼석해서 먹기 그렇다면 통밀을 빻아서 반죽한 후 화덕이나 철판에서 구워낸 뻑뻑한 전과 같은‘짜파티’나 밀가루로 만든 납작한 ‘난’ 을 대신 먹으면 된다. 난은 서남아시아에서도 똑같이 식탁에 오른다. 배를 채웠으면 타지마할로 잘 알려진 아그라로 가자. 아그라는 델리에서 버스로 5시간, 기차로는 2~3시간 정도 걸린다. 타지마할은 무굴제국 5대 황제였던 샤 자한이 아내 뭄 타지마할이 출산 도중 세상을 떠나자 그녀를 위해 지은 무덤이다. 인증숏은 무굴 정원 가운데 우뚝 솟은 네모난 대리석 기단 위가 가장 명당이다. 그러나 아그라에는 타지마할만 있는 게 아니다. 아그라는 인도 최대의 대제국이었던 무굴제국의 수도였던 곳이 아닌가. 당연히 악바르 황제가 묻힌 시칸드라도 놓치지 말자. 인도 역사를 통틀어‘대왕’이란 호칭을 붙이는 왕은 인도를 통일한 아쇼카와 무굴의 3대 황제인 악바르뿐이다. 악바르는 이슬람교도였지만 다른 종교들도 다 인정할 정도로 관용을 베푼 왕이기도 했다. 그래 서시 칸드라 입구는 힌두교, 이슬람교, 기독교, 딘이일라히교를 상징하는 각각 다른 모습으로 되어있다. 바가지요금에 끝없이 따라다니는 앵벌이 아이들로 인해 아그라의 이미지는 훼손되고 있지만 타지마할의 웅장함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이제 짧은 여행 코스의 종착역인 바라나시가 남았다. ‘바라나시를 보지 않고는 인도를 보지 않은 것이다’란 말이 있다. 인도를 한 번이라도 여행한 사람은 누구나 이 말에 공감한다. 인도를 가보지 않은 이들도 시체를 태우는 강에서 목욕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모습을 사진이나 다큐멘터리를 통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곳이 바로 바라나시다. 산 자와 죽은 자, 몸에서 막 빠져나가는 영혼, 그 영혼을 위해 기도하는 자, 그 주검을 위해 장작에 불을 붙이는 자, 희뿌연한 연기 속에 자신의 존재를 찾으려는 자.... 이 모든 것들이 바라나시 가트에 있다. 가트는 강가와 닿아 있는 계단이나 비탈이란 뜻으로 바라나시에는 이런 가트가 100여 개나 있다. 이른 아침부터 가트 주변은 몸을 씻는 힌두교도들이 붐빈다. 강에서 몸을 씻으면 전생, 현생, 내세 등 3세의 죄가 모두 씻어지고 강가에서 화장을 하면 윤회의 사슬이 끊어진다고 하는 믿음이 있기에 이 갠지스 강에는 슬프면서 기쁜 순례객들의 발길이 멈추지 않는다.

바라나시를 봐야 인도를 안다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 역시 삶과 죽음이 이처럼 적나라한 곳에서 자신에 대한 원초적인 질문들을던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누구든 화장을 지켜보기만 해야 한다. 사진을 찍어서는 안 된다. 최근 화장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한국 여행객이 늘어난다고 하는데 잘못하면 경을 친다. 무엇보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존중하는 태도가 여행의 기본임을 알자. 아무리 시체를 무표정하게 태운다고 해도 그들이 슬프지 않은 건 아니다. 인도인들은 화장 중에 울지 않는 것이 전통이기 때문에 참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문상을 가서 망자들이 곡을 하는데 좋다고 사진을 찍는 것과 다름이 없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다 슬픈 일이다. 바라나시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고 시간이 조금 남는다면 불교 4대 성지 중의 하나인 사르나트에 들르자. 바라나시에서 기차로 30분 정도밖에 안 걸린다. 사르나트는 한적한 곳이다. 이제 짧은 여행이 끝이 났다. 인도에 미련이 남고 시간을 더 뺄 수 있다면 지금의 반대쪽 그러니까 델리의 서쪽 조드푸르를 가보자. 조드푸르는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푸른 사파이어를 뿌려 놓은 듯한 푸른 건물들이 펼쳐져 있는 인상적인 도시다.

계급제도에서 나오는 다양한 삶이 공존하는 나라

블루시티라고 이름 붙여진 메헤랑가르성 주변의 푸른 건물은 사실 인도 최고의 계급인 브라만(승려)의 집이다. 지금은 일반인들도 푸른색을 칠할 수는 있지만 주변의 브라만들이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고 한다. 인도의 카스트(계급) 제도가 얼마나 뿌리 박혀 있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조드푸르까지를 둘러보고 나면 소위 말하는 북인도 골든 트라이앵글은 다 돌아본다. 인도는 핵을 보유하고 IT산업 세계 최강국이기도 하지만 아직도 계급제도가 남아 있는 불평등 한나라이기도 하다. 계급이 가장 낮은 수드라는 여전히 우리가 상상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인간 이하의 삶을 영위하고 있다. 인구가 많은 만큼 거지도 많다. 동정심에서 나온 적선은 금물이다. 주는 돈이 그들에게 가지 않는다. 차라리 먹을 것을 나눠주는 것이 낫다. 숙소와 기차는 에어컨 유무에 따라 가격 차이가 많이 난다. 전기세가 엄청나게 비싸기 때문이다. 물도 귀하기는 마찬가지다. 돈을 주고 ‘내 물’과‘내 전기’를 쓰는데 무슨 문제냐고 말할 것 같으면 인도를 여행할 자격이 없다. 천민계급의 어린이들 대부분이 아직도 쓰레기 하치장에서 재활용 재료를 구하느라 온종일 헤매고 다니는 곳이 바로 인도다. 그 어린이들은‘내가 낭비한’ 물을 사기 위해 쓰레기 더미를 누비는 것이다. 다른 어느 나라보다 보고 느끼는 것이 많을 뿐 아니라 비록 지금 자신의 처지가 힘들거나 어려워도 감사함을 배우는 나라, 그곳이 바로 인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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